사주표를 처음 받아 보면 네 기둥 여덟 글자 아래에 숫자와 글자가 길게 늘어선 줄이 하나 더 있어요. 4, 14, 24, 34처럼 열 살 간격으로 적힌 숫자 위에 간지가 하나씩 붙어 있는 줄이에요. 이것을 대운(大運)이라고 불러요. 타고난 여덟 글자를 원국(原局)이라고 한다면, 대운은 그 원국이 지나가는 길이나 계절과 비슷해요. 같은 차를 몰아도 봄날 국도와 눈 내린 고갯길은 운전하는 느낌이 다르잖아요. 사주도 어떤 대운을 지나느냐에 따라 같은 성향이 다르게 드러나요.
이 글에서는 대운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대운수라는 숫자는 어디서 나오는지, 대운이 바뀌는 무렵에 사람들이 흔히 겪는 일, 대운 글자를 내 사주와 함께 읽는 순서를 차례로 살펴볼게요. 아직 사주표가 없다면 내 사주 보기에서 먼저 뽑아 옆에 띄워 두고 읽으면 훨씬 수월해요.
대운은 열 해씩 이어지는 큰 흐름이에요
대운은 한 칸이 열 해를 맡아요. 사주표에는 보통 여덟 개에서 열 개쯤의 대운이 적혀 있고, 이것을 이어 붙이면 평생의 큰 줄기가 돼요. 해마다 바뀌는 운은 세운(歲運), 달마다 바뀌는 운은 월운(月運)이라고 따로 부르는데, 대운은 그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이면서 바탕색을 깔아 주는 역할을 해요.
대운 글자는 아무렇게나 정해지지 않아요. 태어난 달의 기둥인 월주(月柱)에서 출발해 60갑자 순서를 따라 한 칸씩 앞으로 가거나 뒤로 가요. 월주가 병인(丙寅)이라면 앞으로 가는 사람은 정묘, 무진, 기사 순으로 이어지고, 뒤로 가는 사람은 을축, 갑자, 계해 순으로 이어져요. 월주는 태어난 계절을 담은 기둥이라서, 대운은 그 계절이 세월 따라 어디로 옮겨 가는지 보여 준다고 이해하면 편해요.
그래서 대운의 아랫글자(지지)는 대개 세 칸마다 계절이 바뀌어요. 인묘진은 봄, 사오미는 여름, 신유술은 가을, 해자축은 겨울이에요. 한겨울에 태어난 사람이 앞으로 가는 대운을 타면 봄과 여름 대운을 차례로 지나며 차가운 사주에 온기가 도는 시기를 맞아요. 뒤로 가는 사람은 늦가을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고요.
순행과 역행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대운이 앞으로 가는 것을 순행(順行), 뒤로 가는 것을 역행(逆行)이라고 해요. 방향은 두 가지로 정해요. 태어난 해의 윗글자(년간)가 양인지 음인지, 그리고 성별이에요.
| 태어난 해 윗글자 | 남자 | 여자 |
|---|---|---|
| 양간 (갑·병·무·경·임) | 순행 | 역행 |
| 음간 (을·정·기·신·계) | 역행 | 순행 |
줄여서 양남음녀는 순행, 음남양녀는 역행이라고 외워요. 2026년 병오년 입춘 뒤에 태어난 아이라면 병(丙)이 양간이니 남자아이는 순행, 여자아이는 역행이에요.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쌍둥이 남매의 대운 방향이 서로 반대로 나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어요.
년간은 양력 1월 1일에 바뀌지 않고 입춘에 바뀌어요. 1월이나 2월 초에 태어났다면 아직 앞 해의 간지를 쓰기 때문에 방향이 예상과 다르게 나올 수 있어요. 이 부분은 입춘과 띠 기준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어요.
대운수 구하는 원리: 사흘을 한 해로 쳐요
대운수(大運數)는 첫 대운이 시작되는 나이예요. 사주표에 4, 14, 24라고 적혀 있다면 대운수가 4예요. 이 숫자는 태어난 때와 가까운 절기 사이의 날수를 세어서 구해요.
- 순행이면 태어난 시각부터 다음에 올 절기까지 며칠인지 세요.
- 역행이면 태어난 시각부터 거꾸로, 바로 전에 지나간 절기까지 며칠인지 세요.
- 센 날수를 3으로 나누면 대운수가 나와요.
여기서 말하는 절기는 스물네 절기 가운데 달이 바뀌는 열두 개만 가리켜요. 입춘, 경칩, 청명, 입하, 망종, 소서, 입추, 백로, 한로, 입동, 대설, 소한이에요. 우수나 춘분, 하지 같은 나머지 절기는 대운수를 셀 때 쓰지 않아요.
예를 들어 볼게요. 순행하는 사람이 다음 절기 열닷새 전에 태어났다면 15를 3으로 나눠 대운수는 5가 돼요. 역행하는 사람이 직전 절기에서 이레 지나 태어났다면 7을 3으로 나눈 몫은 2, 나머지는 1이에요. 옛 계산법은 사흘을 한 해, 하루를 넉 달로 쳐요. 그래서 남는 하루 이틀을 버리느냐 올리느냐에 따라 대운수가 2가 되기도 하고 3이 되기도 해요. 만세력마다 대운수가 하나씩 어긋나는 일은 대부분 이 처리 방식에서 생겨요.
한 달은 대략 서른 날이고 대운 한 칸은 열 해예요. 서른 날을 열 해에 나눠 맞추면 사흘이 한 해가 돼요. 태어난 달의 기운이 다음 달로 넘어가기까지 남은 날을 인생의 햇수로 늘려 본 계산이에요. 분 단위까지 맞춰야 정확해지므로 이 사이트는 출생 시각과 천문 계산으로 구한 절기 시각을 같은 시계 기준으로 놓고 비교해요. 자세한 과정은 계산 방식에서 볼 수 있어요.
나이 세는 법도 짚어 둘게요. 대운수를 세는 나이로 보느냐 만 나이로 보느냐는 책과 프로그램마다 달라요. 그러니 대운수가 5라고 해도 실제로 바뀌는 때는 한 해쯤 앞뒤로 여유를 두고 받아들이는 편이 좋아요.
대운이 바뀌는 해에 느끼는 변화
대운이 다음 칸으로 넘어가는 무렵을 교운기(交運期)라고 해요. 열 해 동안 익숙했던 바탕색이 다른 색으로 갈리는 때라서, 이 앞뒤로 생활에 변화가 오기 쉽다고 풀이해요. 이사, 이직, 진학, 결혼처럼 눈에 띄는 일로 오기도 하고, 관심사나 자주 만나는 사람이 슬그머니 바뀌는 식으로 오기도 해요.
서른넷에 대운이 바뀌는 사람을 떠올려 볼게요. 서른셋 무렵부터 회사 일이 예전처럼 손에 붙지 않고, 몇 년째 나가던 주말 등산 모임에도 발길이 뜸해져요. 대신 퇴근 뒤에 혼자 자격증 책을 펴는 날이 늘어요. 이런 변화를 나쁜 징조로 볼 이유는 없어요. 새 대운에 맞는 생활을 찾아가는 동안 한동안 어수선할 수 있어요.
교운기를 지날 때 도움이 되는 방법을 몇 가지 적어 볼게요.
- 큰 결정을 한꺼번에 몰아서 내리지 말고 하나씩 간격을 두고 정해요.
- 지난 열 해 동안 잘 통했던 방식을 적어 보고, 그대로 가져갈 것과 내려놓을 것을 나눠 봐요.
- 잠, 식사, 운동 같은 기본 리듬부터 챙겨요. 환경이 바뀔 때 먼저 흔들리는 건 대개 생활 습관이에요.
체감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달라요. 앞뒤 대운의 오행이 비슷하면 별 느낌 없이 지나가기도 하고, 겨울 기운의 대운에서 여름 기운의 대운으로 건너뛰듯 성질이 크게 바뀌면 변화도 또렷하게 느껴져요.
대운 글자와 원국의 관계 읽기
대운 한 칸은 윗글자(천간) 하나와 아랫글자(지지) 하나로 이루어져요. 이 두 글자가 내 원국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살피는 것이 대운 풀이의 뼈대예요. 아래 순서대로 따라가 보세요.
1. 나와의 관계를 십성으로 바꿔 보기
먼저 대운 글자가 태어난 날의 윗글자, 곧 나(일간)에게 어떤 존재인지 확인해요. 나를 돕는 글자인지, 내가 만들어 내는 글자인지, 내가 다스리는 글자인지, 나를 누르는 글자인지에 따라 열 가지 이름(십성)이 붙어요. 재성 대운에는 돈과 현실 문제가, 관성 대운에는 직장과 책임이, 인성 대운에는 공부와 자격이 생활 한가운데로 올라오기 쉬워요. 십성이 낯설다면 십신 쉽게 보기을 먼저 보고 오면 이해가 빨라요.
2. 부족한 오행을 채우는지 보기
원국에 물 기운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 해자축 겨울 대운은 비어 있던 자리를 채워 주는 시기가 될 수 있어요. 반대로 이미 불이 넘치는 사주에 사오미 여름 대운이 오면 열기가 겹쳐서 조절이 필요한 시기로 읽어요. 내 오행 분포를 보는 법은 오행 보는 법에 설명해 두었어요.
3. 합과 충이 생기는지 보기
대운 지지가 원국의 지지와 육합이나 삼합을 이루면 그 자리의 기운이 묶이거나 커져요. 충이 생기면 그 자리가 흔들려요. 태어난 날의 아랫글자(일지)와 충이 생기면 배우자나 생활 공간에, 태어난 달의 아랫글자(월지)와 충이 생기면 직장이나 사회 환경에 움직임이 오기 쉽다고 풀이해요. 충이 붙었다고 해서 언제나 나쁜 일로 이어지지는 않아요. 오래 고여 있던 일이 움직이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조합별 풀이는 합충 보는 법에 표로 모아 두었어요.
옛 책에는 대운의 앞 다섯 해는 윗글자를, 뒤 다섯 해는 아랫글자를 더 본다는 설명도 있어요. 요즘은 두 글자를 열 해 내내 함께 보면서, 계절을 품은 아랫글자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풀이가 많아요.
대운을 두고 흔히 하는 오해
대운이 들어왔다는 말
일상에서는 큰 행운이 왔다는 뜻으로 '대운이 들어왔다'고 말해요. 사주에서 대운은 누구에게나 열 해마다 돌아오는 단위일 뿐이에요. 편안한 대운도 있고 버거운 대운도 있으며, 대부분은 좋은 면과 조심할 면이 섞여 있어요.
대운수가 작을수록 좋다는 생각
대운수 1과 대운수 9는 첫 대운이 언제 시작되느냐가 다를 뿐이에요. 숫자 크기로 운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아요.
대운 하나가 인생을 정한다는 생각
같은 대운을 지나도 원국이 다르면 뜻이 달라지고, 같은 사람이라도 그해 세운과 어떻게 겹치느냐에 따라 체감이 달라요. 대운은 계절 예보처럼 흐름을 미리 알고 채비하는 데 쓰면 알맞아요.
태어난 시를 모르면 대운도 못 본다는 생각
대운 방향과 글자는 년주와 월주에서 나오기 때문에 시를 몰라도 대부분 구할 수 있어요. 다만 절기 바로 앞뒤에 태어났다면 시각에 따라 월주가 바뀌거나 대운수가 하나 달라질 수 있어요. 그런 경우는 태어난 시를 모를 때 글을 참고하세요.
내 대운을 직접 펼쳐 보세요
대운은 원국, 그해 세운과 나란히 놓고 봐야 뜻이 분명해져요. 내 사주 보기에서 대운 표를 열어 지금 몇 번째 칸에 와 있는지, 다음 칸은 몇 살 무렵에 오는지 확인해 보세요. 올해 들어온 기운과 함께 읽는 방법은 세운과 월운 읽는 법에서 이어서 다뤄요. 낯선 용어는 사주 용어사전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어요.